낚시 가기 전날 밤이었다. 아이가 조금 늦게 자는 바람에 떠나기전 두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1시30분
텐트와 기타 소품을 챙겨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지 않게 2시에 출발했다.
아직 내 체력은 괜찮아보였다.

서부간선을 타고 영등포IC로 빠지긴 처음이지? 이길이 훨씬 낫네...
톨게이트까지는 대략 40분
새벽이라 차가 없었다.

톨게이트에서 형님을 만나 담배 한대피우고 출발...
요즘같은 이 시대(시대유감)에 할말이 꽤나 많아서 그런지 낚시 이야기보다는 노후에 무엇을 하고 살아야할지만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이가 반까지 오기전에 무엇인가를 준비해 놓아야 하는데... 앞으로 12년 뒤 내 나이 50
그 전에 기술을 익혀둘 것을 미리 다짐하고 현장에 도착했다.

밤하늘에 가장 반짝이는 별이 보였는데
그것이 금성이란다.

... 왠지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별보는 것이 취미였던 형님은 목성과 함께 다른 초신성과 오리온자리, 황소자리, 북두칠성을 알려주었다.
유난히 붉게 보이는 별이 있었는데...
그 별이 폭발하고 나면서 내는 빛이 여기서 붉게 보인다고 설명해주었다.
강원도의 새벽은 그렇게 이야기로 시작했다.
형님의 장트라볼타도 함께 말이다.


새벽6시... 동이 터올랐다.

채비를 하고 훅으로는 내가 고안한 메이플라이 드라이를 달았다.
이렇게 수량이 조금 있고, 유속이 적당한 때에는 부력이 최우선... 거기에 잔챙이들은 접근 못하도록 사이즈 큰 훅으로 장착!

침침한 눈을 비비고 첫 포인트로 들어갔다.
그런데 물색깔이... 위에서 공사하나? 아니면 비가왔나... 탁한 물때문에 미끼를 던지다고 해도 물지 않을게다.
그래서 자리이동...

상류로 올라가자!

그리고 첫 캐스팅!
물 빛은 조금 탁해도 깨끗한 모습의 산천어가 올라왔다.
오랜만이다...


그렇게 시작한 낚시는 입낚시와함께 11시에 마무리 되었다.
가을의 태양은 녹음을 잠재우려 힘을 쏟아내는 턱에
형님과 나도 함께 태워져... 채력을 방전되게 만들었다.
헉헉...
형님 이제 안되겠어요. ㅠㅠ
너무 힘들어요.

인생의 중간
아니... 중간까지 조금더 남은 시점...
낚시도 좋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가족이다.
내 가족과 함께 무탈하고 즐겁게 노후까지 그리고 마지막까지 잘 지내고 싶은데...
그것을 이루어내기에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며...


앞으로 12년, 50까지.
기술 한가지 익히자! 공부도 하자! 그리고 그것으로 승부다!
그런데 그전에 회사가 망하면 어쩌지? 요즘같이 오크들이 판치개되면, 돈은 어디서 나오지? ㅠㅠ
내 노후보다 당장의 앞날이 걱정이었다.
오크들이 닝겐과 전쟁하는 턱에 괜한 호빗만 죽어난다.

토요일 오후 12시30분
맛있었던 봉평 메밀국수와 수육을 먹고
진부령을 넘어왔다.

그리고 차안에서 잠시 기절...
너무 피곤한 몸뚱이로
집까지 오는데...
터널에서 돌을 맞아 차 유리에 금이갔다.
어쩔...
ㅠㅠ



집에 도착하고
짐풀고 쇼파에 누웠는데
몸이 힘들다.
진짜 너무 힘들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
"내 나이 어쩔"
그날밤
난 편도선이 땡땡하게 부었다.
처음이다. 편도선아...




플라이낚시.

울리버거 한개로도 재미있는데


오랜만에 찾은 기화에서
오랜만에 오는 장마에서
이때를 기억하고 찾았다.
역시나 좋은 사이즈의 산천어, 송어들의 입질이 오전내내 이어지고
비가오자 잦아들었다.

비가오자 휴대폰도 잦아들었다.
침묵...
침수...

침수피해는 나에게도..

비를 피해 집에 앉아있는데, 민태에게 누군가 연락이 와서 송어 7마리를 꺼내간다고 한다.
"무슨일이야?"
"아... 어떤 종교단체에서 송어를 사갔어요. 마리당 1만원씩 해서 7마리 팔았는데, 그들이 그 송어를 방생한다나 뭐라나..."
"종교단체에서 송어를 왜 방생하는데?"
"물고기를 방생하면 업을 쌓는다데요"
"오 그래? 그럼 어디에다가 방생하는데?"
"그건 저도 모르죠. ㅎ 어딘가에? "
(요약) 알이 밴 암컷을 방생해야 좋은 업을 쌓는다고, 종교단체들이 사가는 경우가 종종있다고...


기온은 15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휴게소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눈앞에 오로라를 만들고 있다.
따뜻한 국물로 뱃노래를 달래고 하늘이 내린 곳으로 향했다.

오로라의 깊은 밤이 만든 아침 노을이 지을때쯤 연두색 터널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외선이 한낮을 날려버릴 듯한 녹음 속으로 진입했다.

무위의 시간이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그져 흐르는 물 위의 올라있는 미끼만을 바라보고만 있다.
난 아무런 생각하고 싶지 않을때 낚시가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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