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근대의 역습
글/이미지: 케이군
시계의 자리가 손목이라는 점은 근대적 시간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주목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손목이 시계의 자리가 되었다는 것은 시계가 비로소 몸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손목시계 사용자들은 세상이 편리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손목 시계는 다른 생각을 했다.
그것은 근대적 시간의 감시망이 성공적으로 구축된 것이다.
시계는 생활 주체들의 욕망과 몸짓을 자신의 기계적 리듬으로 포획하였다.
그것은 다른 리듬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수갑이 수감자의 자유로운 몸의 움직임을 억압하듯이 말이다.
디지털 장치들이 감시에 대한 욕망, 통제에 대한 욕망, 자본에 대한 욕망을 편리한 삶, 안전한 삶, 스마트한 삶이라는 구호로 가린채
탐욕스러운 촉수로 삶을 더듬고 있다.
한 예언자는 말했다.
"의심하라! 당신의 손목을 노리는 모든 것들을..."
[오창섭, 근대의 역습 p.55, p.56, 재인용]
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되어있는 스마트밴드를 차고 다닌다.
스마트밴드는 내가 얼마만큼 걸었는지 측정치로 알려주는 편리한 장치로, 집에서부터 회사에 도착하면 약 2800걸음을 걸었다고 알려주는 고마운 장치다.
헌데... 오늘 아침 오랜만에 아날로그 시계를 차고 나오다, 스마트 밴드가 알려주는 나의 걸음수를 확인할 수 없자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디지털이 나를 통제하고 있구나...
나는 점차 SNS, 블로그, 인터넷,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점점 데이터 화되어 가고 있구나 말이다.
그리고 시간을 지배당하기 시작했던 18세기 조선을 떠올렸다.
닭이 울면 일할 시간이고, 달무리가 끼면 비가 온다.
바쁜 걸음이 필요없이 하루는 해가 뜨면 시작하고 어두워지면 하루가 진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하루를 여유롭게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등장하면서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합리적인 시간 계산안에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인다.
그것도 모자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간은 점점 데이터화되어 기계가 통제할 수 있는 수순까지 이르렀다.
헌데...
데이터가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오늘날 이런 생각을 했다.
좀더 외로워지더라도... 디지털에서 나와 오프라인에서 만나자고!!
외로움을 감수하더라고... 밖으로 나오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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